망우리공원 만해 한용운/정종배
ㅡ주님 수난 성지 주일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을 걷다
꽃가지는 꽃눈을 흔들어
꽃을 피워 내민다
꽃샘바람 불어와 움츠리다
고스톱 쓰리피 먹어가듯
봄볕에 꽃잎 펼쳐
벌나비 불러 들여
사랑의 열매를 매단다
손 맞잡고 입 열면
꽃 향기 묻어난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신부님 강론에
잉태부터 인간으로 존중하여
헌법재판소 낙태 위헌 판결을 비판했다
합헌 결정 두 분 재판관의 소수의견
우리도 잉태되어 빛을 봤다
우리도 낙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교 나이가 점점 낮아져 12.6세
한 해의 낙태 예상 숫자는 100만 안팎이다
만해는 나라가 힘을 쓸려면
적어도 인구가 일 억명은 되어야 주장하며
스님도 결혼 할 것을 주문했다
아픈 엄마 읍내 병원에서 낙태 수술 받고 와
두어번 누워 계신 모습이 떠오르고
막내 여동생 남동생 사이에
태어나 함께 하였다면
어떤 동생이었을까
내 딸과 아들 사이
삼각산 백운대 등산 갔다
제 에미 뱃속에서 떨어진 놈 생각에
눈 앞이 흐려져
성체 모신 걸음걸이 더디었다
고개 숙여 명복을 빌었다
가지에 꽃이 피면 꽃가지다
내 마른 손에도 꽃이 피어
눈을 뜨면 꽃밭이고
입을 열면 꽃터널이길 기도한다
우리는 누구나 꽃가지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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