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낙엽이 뒹굴며

정종배 2017. 11. 14. 08:43

 

 

낙엽이 뒹굴며

 

 

저희는 다만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보상을 바라지 않았고

아낌없이 주시는 선물 그 주어진 시간 동안 꽃을 피워 아껴쓰고 즐기며

지난 여름 비바람 폭풍우에도 끝까지 매달려

녹음 아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땀방울을 닦아 주었습니다

 

때가 되어 가로수의 생명을 잇기 위해 묵묵히 손을 놓고 헤어지는 마지막 의식 전에 사람들이 찾아들어 탄성을 지를수 밖에 없이

한 순간 화려하고 찬란하였습니다

 

찬서리에 언 몸뚱이 가을비와 찬바람에 뒹굴어도

쓸쓸하다 마십시오

허전한 사람들의 옆구리에

오는 계절

함박눈을 가득 채워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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