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오동나무

정종배 2017. 11. 14. 20:19

 

신이문역 시내 쪽 홈

9-4 유리창 너머 이제는 키가 자라지 않고

점점 늙어 쫄아드는 오동나무 한 그루

오래 전 제풀에 넘어져

담장 위에 해진 몸을 누인 채 추스리지 못하고

오늘도

제 상한 줄기 받쳐주는 줄 모르고

담장한테 입은 상처라 탓하며

궁시렁대 검은 딱지만 점차 넓게 굳어간다

언제부턴가 내 궁둥이에도 검버섯이 피어 앉았다

 

가까운 사람들의 사랑으로

지금여기 서 있는 나도 남 탓만 하지 않았은지

퇴근길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오늘하루 무사히

만들어 주신

고마운 한 분 한 분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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