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문역 시내 쪽 홈
9-4 유리창 너머 이제는 키가 자라지 않고
점점 늙어 쫄아드는 오동나무 한 그루
오래 전 제풀에 넘어져
담장 위에 해진 몸을 누인 채 추스리지 못하고
오늘도
제 상한 줄기 받쳐주는 줄 모르고
담장한테 입은 상처라 탓하며
궁시렁대 검은 딱지만 점차 넓게 굳어간다
언제부턴가 내 궁둥이에도 검버섯이 피어 앉았다
가까운 사람들의 사랑으로
지금여기 서 있는 나도 남 탓만 하지 않았은지
퇴근길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오늘하루 무사히
만들어 주신
고마운 한 분 한 분 되새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