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도둑눈 ㅡ박용래 풍으로

정종배 2017. 12. 21. 07:34

 

도둑눈

ㅡ박용래 풍으로

 

                       정종배  


어젯밤 망우본동 임대아파트 현관 출입문 다녀가신

도둑눈 눈발은

제일 먼저 일어나

이른새벽 출근길

발자국 소리마다

분주한

숫눈길을 내놓았다

 

어젯밤 봉화산 물까치 둥지 다녀가신

도둑눈 눈발은

눈뜬 사람 설레게

기쁜 소식 전하는

날개짓 소리마다

포근한

숫눈길을 지어놓았다

 

어젯밤 신이문역 쌈지공원 다녀가신

도둑눈 눈발은

풍맞아 돌고 도는 재활환자

한발한발 걸음마다

뜨거운

숫눈길을 닦아놓았다

 

어젯밤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다녀가신

도둑눈 눈발은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깊고 높은 얘기마다

예스러운

숫눈길을 이어놓았다

 

어젯밤 그대 침실 창틈에 다녀가신

도둑눈 눈발은

비워도 비워도

비워지지 않고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 않는

어수룩한

아름다움으로

잠 못드는

숫눈길을 펼쳐놓았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봉오리  (0) 2017.12.25
성탄 전야  (0) 2017.12.25
풀꽃  (0) 2017.12.20
오늘 하루  (0) 2017.12.19
달항아리  (0) 201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