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 맨홀
정종배
어젯밤 도둑눈이 일궈놓은 숫는길
인도 위에
제일 많이 두 눈에 밟히고
가장 먼저 녹은 명당
혈자리는
오수 뚜껑 맨홀이다
사랑하려 씻고 먹고 마신 뒤
싸고 내버린 오수 흐르는 소리는
사람들이 살아 가는
아우성이다
오수 뚜껑 맨홀을
맨 먼저 녹이려
우리들이
살아야 할 이유다
사랑할
필요충분 조건이다
오늘 하루
오수 뚜껑 맨홀로
갖가지 사람들의
오만가지 발자국 소리를 들어주며 견뎌야겠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