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오수 맨홀

정종배 2017. 12. 26. 08:11

 

오수 맨홀


                    정종배

 

어젯밤 도둑눈이 일궈놓은 숫는길

인도 위에

제일 많이 두 눈에 밟히고

가장 먼저 녹은 명당

혈자리는

오수 뚜껑 맨홀이다

 

사랑하려 씻고 먹고 마신 뒤

싸고 내버린 오수 흐르는 소리는

사람들이 살아 가는

아우성이다

 

오수 뚜껑 맨홀을

맨 먼저 녹이려

우리들이

살아야 할 이유다

사랑할

필요충분 조건이다

 

오늘 하루

오수 뚜껑 맨홀로

갖가지 사람들의

오만가지 발자국 소리를 들어주며 견뎌야겠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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