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떡방아
방아방아 떡방아야
30년 동안 함께 하여 고마웠다
회사원들 추석 명절 보너스란 명목으로 열대씩 받았다는 옆집의 하소연에
안주인이 7만원에 구입하여
집에서 손수 빚은 떡이라
살림 솜씨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안주인은 스케치하는 동안 바깥주인 어슬렁어슬렁
곳곳을 답사하며 주변 산과 들의 쑥을 뜯었다
퇴계 이황 이육사 안동
정약용 김영랑 강진
김남주 김준태 해남
이청준 한승원 장흥
조운 송영 영광
오승재 오영재 함평
이문구 임영조 보령
허균 김동명 강릉
냉동고에 얼렸다가 사시사철
쑥떡을 빚었다
은사이신 구상 시인 쑥덕을 드시고 어머니 생각난다 목이 멨다
4년 전 몸에 탈이나
본사에선 손쓸 부속없다 거절당해 연신내 골목길 전파사
다행히 명의를 만나서
7만원에 목숨을 연명하더니
오늘 아침 안주인 고등학교 은사님께 선물하려
불린 쌀에 쑥을 넣고 버튼을 눌렸는데
황망하게 너의 임종 소리를 맞이하고 말았구나
가난한 주인 만나 간간이 간식을 제공한 공덕을 몇 자 적어 보내노니
주인장을 닮아서 겉으론 멀쩡한데
속으론 닳고 닳아 골병이 들었구나
언제부터 다리 하나 잃고도
그동안 별미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니
부디 미련 두지 말고
고운 길 걷기를 빌고 빈다
잘 가거라
신일전기자동떡방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