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붉은솔밭

정종배 2018. 6. 8. 06:41

 

붉은솔밭

 

                정종배

 

 

붉은솔밭에

저녁노을 자리펴면

유기견 삼총사 별을 헤려

김신조 루트였던 응봉능선 오른다

 

멧돼지들 진흙탕 목욕을 즐기려

줄어든 물소리 좇아서

긴 능선을 내려온다

 

멧돼지 가족과 마주쳐 응봉능선 좁다고

유기견 짓는 소리 다급하다

 

소쩍새들 둘 중에

누구든

이겨라 이겨라

응원 소리 별나게 구성지다

 

적묵당 뒷담장 산책객과 맞막뜨린

멧돼지네 주춤대다

열 넘은 새끼들

물소리 희미한 계곡을

무사히 다 건널 때까지

어미는 고개 돌려

또랑시인 눈빛을

끝까지 떼지 않고 주시하다

 

경사가 심하여 정상으로

곧바로 오르지 못하고

골짜기 바로 위 떨기나무

숲 속을 옆으로 헤쳐가며

숨죽였던 낙엽들 일으켜

쫄아든 물소리 되살린다

싸리나무 꽃향기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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