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상사화 ㅡ 간토대진재 95주기

정종배 2018. 9. 1. 04:57

 

 

 

 

 

 

 

 

 

 

 

상사화/정종배

 

사랑 참 그러네

이승에서 얼굴 맞대

마음 주고 받지 못하고

꽃이 지고 잎이 피어

그리워 그리워 참 그리워

땅을 뚫고 꽃대가 솟기 전엔

누구도 꽃밭이라 생각도 못하고

올 여름도 별 수 없이 떠날 수밖에 없구나 지나친다

 

도토리 산밤 가을 열매 줍는 사람들의 쓰나미 손길이

온 산을 뒤집어 무서운 먹성을 자랑하는 멧돼지와 다투는

가을이 번진다

 

세상은 언제 꽃이 피었다 졌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사진으로 기억을 꺼내

잠시나마 되새기면 그나마 다행이다

세상 일이 다 그렇다

 

오늘은 간토대진재 95주기

간악한 일본의 제노사이드

민심을 돌리려 유언비어 앞세운

자경단의 주축은

동학혁명 진압할 때 동학군은 독립운동 못자리라 깡그리 뽑고 뭉개 삼천리 싹 쓸어 소멸한 일본군 퇴역들

 

적게는 6600 많게는 2만에서 3만명까지

지금까지 일본 정부 단 한 번도 고개를 숙이거나 추모의 추자도 진심으로 꺼내지 않았다

 

배우지 못하고 삼시 세끼

배를 채워 식구들 연명하는

노동자들 억울한 영혼은

중음신으로 오늘도 떠돌뿐

대한민국 정부도 정식으로 추모식을 거행하지 않았다

 

그 당시 유학생은 대부분 살아 귀국 입을 닫고 끙끙대다

우리 민족 뿌리 찾아 길을 나선 분들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다

파인 소월 상화 영랑 육사는 저항시로 참혹한 죽음과

서럽게 강인한 민족을 노래했다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은 일기에 조선인은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적시했다

 

개교 100년의 중앙대학교 이사장으로 교육과 문화입국을 헌신하신 김희수 선생께서 설립한 수림문화재단 주최

청리은하숙세계시민학교 윤동주시낭대회 수상한 2명의 학생과 참석한

일본 동경 릿쿄대학 성공회교회당에서 열린 유시경신부님이 노력해 시작해

제10회 윤동주시낭송회 뒤풀이 모꼬지에서 처음 만난

오충공 다큐 감독

재일동포 2세 영화 전공 4학년 때

집단 매장 희생자 발굴 봉사활동 참여한 다음날부터

겁없이 뛰어들어 혼자서 외롭게 다큐 제작

83년 감춰진 손톱자국 피해자 조선인

86년 불하받은 조선인 가해자 일본인

30여년 뒤 희생당한 선조들의 피눈물 현장을 찾아 꽃 한송이 바치는

유족들의 아득한 몸과 마음을 다큐로 제작하고 있다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후원과

헌신적인 한국인들의 협조와 배려로

이제야 어린 아이 걸음걸이

올 9월 제작 상영을 목표로 온힘을 쏟았으나

후원금 모집이 늦어져 뒤로 미뤄

갈길이 멀지만 내년 3월 목표로

들리지 않는 귀 대신 매의 눈과 뜨거운 가슴으로

유족회 결성과 발족으로

년 부산항 4부두에서 추모제를 거행했다

 

진관사 국행수륙재 입재날

명단이 밝혀진 희생자 17분 위패를 만들어

95년 떠돈 영혼 천도를 빌고 빌며

영상에 담기 위해 회향일인 10월 12일 13일

오감독 만남을 기대한다

 

진관사 아미타불 마애불 미소 앞에

상사화 꽃들이 폭염을 이겨내고 꽃잎 펼쳐

가을 맞이 꽃향기로

선남선녀 합장과 삼배하는 경건한 모습에

소나무들이 바짝 긴장해

첫 햇살에 얼굴 더 붉어진다

 

오감독의 제작비를 후원하러

오늘밤 로또 2등 당첨을 바라며

간만에 팔자에 없는 횡재수지만

마눌님 모르게

몇 장을 사야 하나?

 

일본 경찰서에 기록이 남은

17인의 위패와

성공회주교좌본당 회의실에서 상영할 때 포스터와

망우리공원 영상을 담는 오감독 모습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