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2302

친구야 밥먹자

친구야 밥먹자 지난 주 월요일 하루 동안 영랑 생가 모란꽃을 뵙고 와 뒷부끄리가 터져 큰일 볼 때마다 모란꽃 빛이다 어제 점심 시간 전에 연신내 단골 병원 원장 처방 약봉지를 배낭에 넣고서 갈곡리 재개발 주인 떠난 빈집을 지키는 모란꽃과 석광사 뜰에 피어 북한산 주능선과 눈높이를 맞추는 모란꽃과 탑골공원 비구니승 30년 불사로 일군 꽃밭 갖은 꽃 중에서 제일 큰 모란꽃을 영접했다 앞산이 예비군 훈련장 노고산입니다 아닙니다 보광사 진산인 고령산입니다 스님과 몇 번을 주고받다 묵언으로 한발 뺐다 오늘은 늦은 점심 먹는 중에 수술 후 항암 3차 맞고 걷는 또 한번 수술하는 친구의 전화 받고 파라솔 지붕 성긴 빗소리 들으며 차 한 잔 마시고 골목길을 얘기를 나누며 함께 걷고 말없이 돌아오며 막다른 골목을 두 번..

정종배 시 2023.04.27

팥배나무

팥배나무 신록의 계절이다 이맘 때는 어느 숲에 들어가도 곧게 자란 팥배나무 꽃이 핀다 숲길이 환하여 발길이 가볍다 나목들 사이에 눈에 띄는 꽃을 피워 봄이 왔다 알리는 여리꾼인 생강나무 진달래도 꽃만으로 세상을 살 수 없다고 신록의 숲을 함께 일군다 고향 한 우물 먹고 자란 알친구 지난해 늦가을 폐암 4기 판정 받아 모든 이가 힘들었다 한겨울 나목도 봄이면 꽃이 피고 이파리가 자라는걸 생각하라 페친들 좋은 글을 퍼나르며 부산 목포 광주 나주 강진 평택 부천 김포 시흥 서울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 병이 깊은 친구를 위하여 왕구데미 당산나무 숲그늘 아래 놀던 코 흘릴 적 마음을 모았다 지난 겨울 맨발로 걸으며 표적치료 다섯달만에 5Cmm 종양이 사라져 순천에서 투병생활 끝내고 오늘 광주 집으로 들어와 저녁먹고..

정종배 시 2023.04.24

호접몽가 만허당 목단꽃

호접몽가 만허당 목단꽃 어릴 적 함평 읍내 성당 가려면 노둣개 넘어 향교 천연기념물 나무숲 곳곳에 길목을 지키는 성들한테 주일헌금 삥뜯겨 숲쟁이 지나기 쉽지가 않았다 반세기 전에 떠난 고향 가는 길 최진석 교수의 호접몽가 만허당 뒤안의 목단꽃 꽃향기에 자동차 핸들이 취해서 또랑시인 멈출 수밖에 이런 삥은 언제나 어디서나 늘 당하며 살고 싶다 고향은 과거가 아니다 오늘도 새로운 꽃길이다 최진석 교수님 목단사진 모시고 갑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표산 살던 또랑시인 정종배 호접몽가 최진석 교수 집 함평군 대동면 면소재지 향교마을 우리 집에는 貴物의 느낌을 주면서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목단이다. 꽃은 부귀와 영화를 바로 떠 올릴 만큼 탐스러우며, 향은 온 집에 가득 퍼..

정종배 시 2023.04.21

울력

울력 진관사 점심공양 힘으로 함월당 연등공방에서 도반들과 울력을 함께 했다 3.1절 행사에 사용할 백초월 스님이 일장기 바탕에 태극과 괘를 그린 태극기와 홍제루 금강역사 앞에다 신도들의 소원을 적어 매달 연등을 만들었다 남과 북이 연락하고 살아가길 손모아 빌었다 중생들의 소망이 오방색 연등으로 밝혀지길 합장했다 어릴 적 사방공사 나무심기 마을 골목 청소와 눈쓸기 풀뽑기 꼬랑치기 기우제 등 호남 3년 대가뭄과 새마을운동 한창일 때 이장인 임곡당숙 마이크로 상뫼당숙 회개성님 신촌동생 현화조카... 한 집에 한 사람씩 얼른들 아침 울력 싸게싸게 나오란말이오 집성촌인 고향의 산과 들 고샅에 퍼지는 목소리가 은은한 창호지에 배어들어 반세기 전 울력의 추억을 되새긴다

정종배 시 2023.02.25

근조 떡방아

곡 떡방아 방아방아 떡방아야 30년 동안 함께 하여 고마웠다 회사원들 추석 명절 보너스란 명목으로 열대씩 받았다는 옆집의 하소연에 안주인이 7만원에 구입하여 집에서 손수 빚은 떡이라 살림 솜씨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안주인은 스케치하는 동안 바깥주인 어슬렁어슬렁 곳곳을 답사하며 주변 산과 들의 쑥을 뜯었다 퇴계 이황 이육사 안동 정약용 김영랑 강진 김남주 김준태 해남 이청준 한승원 장흥 조운 송영 영광 오승재 오영재 함평 이문구 임영조 보령 허균 김동명 강릉 냉동고에 얼렸다가 사시사철 쑥떡을 빚었다 은사이신 구상 시인 쑥덕을 드시고 어머니 생각난다 목이 멨다 4년 전 몸에 탈이나 본사에선 손쓸 부속없다 거절당해 연신내 골목길 전파사 다행히 명의를 만나서 7만원에 목숨을 연명하더니 오늘 아침 안주인 고등학교..

정종배 시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