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 산딸나무 정종배 모시베 하얀 빛 향기로 산딸나무 꽃이 핀다 꽃잎 네 장 균등하게 하늘 향해 열십자로 펼쳐놓고 위로 곧게 열매를 솟구쳐 목구멍 피 나오게 기다린다 푸른 숲 두견새가 쪽박 바꿔줘 쪽박 바꿔줘 피를 토해 별빛이 노을빛을 토해낸다 오늘밤 누구를 위하여 사랑의 .. 정종배 시 2018.06.18
개쉬땅나무 개쉬땅나무 정종배 여름 숲 외딴 곳에 자리잡아 눈에 띄지 않았다 작지만 또렷한 꽃봉오리 점점이 터지는 소리에 짙은 녹음 찬찬히 뜯어보다 어긋나거나 부족하지 않은 꽃잎들의 꽉 짜인 우주 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름에 개자가 들어있어 하찮고 보잘 것 없다 지나치다 고개 숙여 .. 정종배 시 2018.06.18
수국 수국 정종배 가랑비가 오락가락 응봉능선 감질나게 내린다 유기견 삼총사와 멧돼지네 빗물에 젖지 않는 마른 자리 내놓으라 젖꼭지바위 밑에서 다툰다 빗방울에 피어난 절 마당 흙 내음 소쩍새와 합새하여 오뉴월 밤 공기를 마음 가득 소쩍소쩍 헤친다 변심과 변덕이 구름과 형님 동생.. 정종배 시 2018.06.15
가랑비 가랑비 정종배 가랑가랑 우산 위에 가랑비 가랑가랑 갈참나무 나뭇잎에 가랑비 가랑가랑 새끼 멧돼지 가랑잎 밟는 소리 가랑가랑 계곡물 애타는 소리 가랑가랑 가랑비에 마음 뺏겨 가랑가랑 가랑대는 내 사랑 가랑가랑 가는 숨 넘어가는 가랑비에 가랑가랑 대취한 바위취 정종배 시 2018.06.14
풀잠자리 풀잠자리 정종배 풀잠자리 한 마리 멧돼지 접근금지 보안등 거미줄에 걸렸다 산새가 채 갔는지 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하루살이 몰려드는 주인 잃은 거미줄은 느슨하다 난 아직 아니야 억울하다 벗어나려 바둥댈수록 조이는 온몸을 낮에는 땡볕에 밤에는 보안등에 밤낮으로 소신공양 올.. 정종배 시 2018.06.12
팥배나무 팥배나무 정종배 오뉴월 깊고 푸른 밤 가랑가랑 팥배나무 이파리에 가랑비가 내린다 미풍이 팥배나무 가지를 미소로 스리살짝 꼬드겼다 잎 끝에 매달려 머리통 굵어진 빗방울 아우성에 가을로 향해 가는 풋열매 사근사근 내딛는 발걸음 소리가 달디달다 애들아 칠팔월 폭풍우와 산새와 .. 정종배 시 2018.06.11
붉은솔밭 붉은솔밭 정종배 붉은솔밭에 저녁노을 자리펴면 유기견 삼총사 별을 헤려 김신조 루트였던 응봉능선 오른다 멧돼지들 진흙탕 목욕을 즐기려 줄어든 물소리 좇아서 긴 능선을 내려온다 멧돼지 가족과 마주쳐 응봉능선 좁다고 유기견 짓는 소리 다급하다 소쩍새들 둘 중에 누구든 이겨라 .. 정종배 시 2018.06.08
바위취 바위취 정종배 안개도 는개도 없어서 며칠째 아침이슬 맺지 않아 어찌 할 바 몰라 쩔쩔 맬 때 풀꽃은 온 힘과 마음과 목숨을 다 바쳐 꽃이 핀다 네 자신을 사랑하라 정종배 시 2018.06.07
매발톱꽃 매발톱꽃 정종배 참매가 허공에 멈췄다 폭풍의 눈이다 시치미 뚝 떼고 이 곳에 꽃발을 내딛는가 사랑이 따로 있나 풀꽃과 나무와 숲이 다 내 애인이다 정종배 시 2018.06.05
뱀딸기 뱀딸기 정종배 저녁노을 붉은솔밭 다독이다 별들이 하나 둘 밤하늘 누비면 진관사 마음의 정원 바위 밑 뱀딸기 눈을 치떠 노을빛으로 별을 헨다 오늘밤 뱀딸기 사랑보다 더 따뜻한 별똥별로 손 내밀어야겠다 정종배 시 201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