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꽃 명자꽃 정종배 아무도 명자꽃 꽃향기를 제 것이라 우기지 않는다 꽃가지 꺾거 와 꽃병에 꽂지 않지만 가난하다 불평하지 않는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워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는 눈을 뜨고 두 귀가 열린다 이유 없이 이웃을 험담하고 흉을 보며 악과 손을 잡지 않고 이웃의 잘못을 용서하.. 정종배 시 2018.04.09
작은 연못 작은 연못 정종배 꽃비가 연못에 투신한다 겨우내 얼음장에 갇혔던 금붕어 떼지어 꼬리를 흔들며 온몸으로 감격한다 작은 연못 경이로운 사건이 일상의 삶으로 되돌릴 때가 왔다 사랑의 마음을 떼어 내 만나는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며 어둠을 빛으로 거짓을 진실로 불의를 정의로 눈물.. 정종배 시 2018.04.06
꽃비 꽃비 비 봄비가 꽃 봄꽃과 눈이 맞아 바람 봄바람이 나불었네 꽃 꽃잎 꽃향기 한 입 한 입 떼어 내 입맞춰 먹여 주고 지랄염병 허고 있네 메마른 우리 마음 타오르는 매 순간 찾아오는 반전의 드라마 불꽃같은 사랑과 더불어 꽃 꽃비가 내린다 정종배 시 2018.04.05
봄비 봄 꽃이 핀다 봄비까지 자박인다 그냥 뒷산 둘레길 한 바퀴나 버스를 기다린다 숲 속 낙엽 환한 얼굴 씻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둥 소리 몇 개 얻으면 올해도 거뜬히 넘길듯 봄비 내린 소리에 바위도 꽃이 된다 정종배 시 2018.04.04
봄비 내린 월요일 봄비 내린 월요일 봄비 내린 월요일 1교시 수업 시작 벨이 울면 일 년 계약직 군 출신 학교 지킴이 지각생 이름 적으려 정문 안에 줄 세운다 교장선생님 챙 큰 모자 쓰고 부지런히 옥상 텃밭 농사 지으려 가신다 교사는 졸린 눈 비비며 엘리베이트 앞으로 모여든다 학생은 그제서야.. 정종배 시 2018.04.04
봄비 봄비 밤새 내린 봄비 소릴 이명으로 눈치 못 채 출근길 숲길을 걸었다 봄비 너는 걸으며 무슨 말을 서로 주고 받느냐 아름다운 말이다 꽃아 문 열어라 정종배 시 2018.04.04
명자꽃 명자꽃 유리문 밖 시계가 확보 안돼 명자꽃 줄기를 자른다 반 남은 줄기가 수모를 메고간다 고통을 짊어진다 고난을 겪고난 뒤 순종을 배운다 마른 땅에 뿌리를 내린다 가까스로 꽃눈 잎눈 돋아난다 우러러볼 만한 위엄도 없다 바랄 만한 반할 만한 얼굴도 아니다 대수롭지 않게 .. 정종배 시 2018.04.02
여고 졸업 앨범 사진 여고 졸업 앨범 사진 졸업 앨범 사진 촬영 하는 3월 마지막 주 월요일 첫시간 독서수업 한 방에 시집 잘 갈 수 있게 시간을 달라 아우성이다 그래 좋다 눈썹 세도우 금펄 뷰러 볼터치 붓 마스카라 속눈썹 아이라인 틴트 입술 눈물라이너 애교살 언제 어디든 이렇게 준비하고 살았으.. 정종배 시 2018.03.30
까치집 까치집 까치가 지을만한 나무에 마련한 둥지는 나뭇가지 간격이 넉넉해 드나들기 편하고 튼실하다 비바람 불어도 거센 태풍 몰아쳐도 눈보라 세차 앞을 가늠할 수 없이 흔들려도 까치집 번지는 꺾기거나 부러지고 말라 죽어 말소돤 적이 없다 해마다 어린 까치 날개를 펴 새 주소.. 정종배 시 2018.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