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함박눈 한겨울 함박눈 눈발은 까닭없이 찿지않아 손이 시려 오그라든 몸뚱이 녹아 버린 것보다 마음이 굳어버린 눈사람을 더 슬픈 눈으로 두 손을 꼭 잡고 호호 불며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을 소복소복 초대하는 흰나비로 들떠서 하늘하늘 외치는 따스한 명령이다 정종배 시 2018.01.17
마실길 마실길 정종배 맘 먹은 일이 꼭꼭 꼬여 주먹을 꼭 쥐며 황사마스크에 눈만 내놓고 마실길을 걸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이유없이 자주 손을 움켜쥐며 살고 있는가 주먹을 펼치는 기적의 하루는 언제일까 정종배 시 2018.01.17
제야의 종소리 제야의 종소리 제야의 종소리가 휘날린다 마지막 날까지 조물주는 배려심도 끝내준다 하늘을 꽁꽁 얼린 다음에 종소리가 손바닥을 비벼서 눈송이가 울려퍼진다 섣달 그믐밤 종소리에 하늘을 우러르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정종배 시 2017.12.30
수세 수세 정종배 봄볕이 온다고 자랑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얼음 위에 서 있는 자입니다 제일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한겨울 볕 속에 머무르다 한 치의 오차없이 왔다 가는 철따라 뛰어넘는 징검다리입니다 가까운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은 미망 속에 살.. 정종배 시 2017.12.30
낮달 낮달 정종배 찬 바람 시린 하늘 동짓달 초이레 해맑은 얼굴 요양원에 일곱달 누운 울 어 메 보고 돌아선 걸음걸음 한 발 앞 서 슬픔과 달려 와 날 껴안고 걷는 낮달 정종배 시 2017.12.28
질문하라 질문하라 정종배 기말고사 출제기간 학교 각 층 교무실 미닫이 출입문 키를 교체했다 원로교사 한 분이 열쇠를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을 못하여 시험지 유출 흔적을 찾지는 못했지만 최악을 막기 위해 4교시 후 점심시간 3층 학생안전부실 새 열쇠와 자물통이 뭔가 맞지 않은지 .. 정종배 시 2017.12.28
꿈 꿈 정종배 성탄절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1호선 시청역 화장실 훈기를 웅크려 잠을 자고 깬 떡진 머리 노숙자 빚을 싹 싹 곱게 긁빗는 참빗이 세상에 왔다 정종배 시 2017.12.27
오수 맨홀 오수 맨홀 정종배 어젯밤 도둑눈이 일궈놓은 숫는길 인도 위에 제일 많이 두 눈에 밟히고 가장 먼저 녹은 명당 혈자리는 오수 뚜껑 맨홀이다 사랑하려 씻고 먹고 마신 뒤 싸고 내버린 오수 흐르는 소리는 사람들이 살아 가는 아우성이다 오수 뚜껑 맨홀을 맨 먼저 녹이려 우리들이 살아야.. 정종배 시 2017.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