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문역 오동나무 신이문역 시내 쪽 홈 10-1 유리창 너머 이제는 키가 자라지 않고 오래 전 제풀에 넘어져 담장 위에 해진 몸 누인 채 추스려 일어서지 못하고 점점 늙어 쫄아드는 오동나무 한 그루 제 상한 줄기 받쳐주는 줄 모르고 담장한테 입은 상처라 탓하며 언제 모르게 내 궁둥이에 피어나 눌.. 정종배 시 2017.11.16
오동나무 신이문역 시내 쪽 홈 9-4 유리창 너머 이제는 키가 자라지 않고 점점 늙어 쫄아드는 오동나무 한 그루 오래 전 제풀에 넘어져 담장 위에 해진 몸을 누인 채 추스리지 못하고 오늘도 제 상한 줄기 받쳐주는 줄 모르고 담장한테 입은 상처라 탓하며 궁시렁대 검은 딱지만 점차 넓게 굳.. 정종배 시 2017.11.14
낙엽이 뒹굴며 낙엽이 뒹굴며 저희는 다만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보상을 바라지 않았고 아낌없이 주시는 선물 그 주어진 시간 동안 꽃을 피워 아껴쓰고 즐기며 지난 여름 비바람 폭풍우에도 끝까지 매달려 녹음 아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땀방울을 닦아 주었습니다 때가 되어 가로수의 .. 정종배 시 2017.11.14
문상길 장미꽃 일요일 늦은 저녁 문상 가며 길을 잘못 들어 육교 옆에 서성거렸다 가로등을 대신하여 철부지 장미꽃 한송이가 가을낮 단풍잎 향기를 바짝 죄며 잘 익은 햇살을 겹겹이 퍼담아 어둠을 밝히어 대학병원 장례식장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사이 꽃은 피고 지듯 .. 정종배 시 2017.11.12
가을 숲에서 가을 숲에서 가을 숲 단풍잎이 휘날린다 세상을 너무 약고 재빠르게 살지 않았을까 뒤돌아 본다 나를 부른 사람을 위하여 산길을 함께 걷고 조금 편한 지름길을 포기해야 하지 않았는지 불필요한 사랑을 손에 꼭 쥐고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 않았는지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정종배 시 2017.11.10
환승 환승 3호선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다 소요산행 환승 열차가 종로3가역 홈을 들어선다 건강한 사람은 걷는다 뛰는 사람은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부자연스럽다 저 절뚝거리고 뒤뚱대는 몸이 그동안 살아온 눈물과 피 흘린 나날을 환승한 거룩한 재산이다 길을 비켜 숭고한 환승을 .. 정종배 시 2017.11.09
바위꽃 누구의 초대라도 가리지 않고 핀다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반대하고 모략하는 사람의 초대까지 거절하지 않고 핀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았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절대로 외면하지 않고 언젠가는 핀다 꿈꾸는 사람을 지켜주고 막바지 버티는 힘이다 쉽게 변.. 정종배 시 2017.11.03
나에게 묻는다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도 가을이면 볏가마를 쌓아 두어야 한겨울 눈길이 안심 되는가 여지껏 살아오며 가지면 가질수록 명예와 쾌락과 존경을 원하면 다 얻을 수 있었는가 물욕에 묶이는 그 순간 쓸데없는 걱정의 불길이 타오르고 잘못된 판단이 긴 혀를 내밀어 미움과 원한.. 정종배 시 2017.10.28
달항아리 해도 해도 너무 해도 지나치지 않고 퍼도 퍼도 싹싹 다 퍼내도 마르지 않으며 줘도 줘도 가진 것 다 내주어도 억울하지 않고 목마른 사랑 너 뿐이다 정종배 시 2017.10.20
문상을 마치고 환승하며 문상을 마치고 환승하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환승은 죽음일까 환승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무엇에 목숨 걸고 어떻게 걸어야 하는가 한 생은 징검다리 걸음걸음 환승이다 오늘하루 사람의 가슴에 사랑의 꽃으로 환승해야겠다 정종배 시 2017.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