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저녁노을

정종배 2019. 7. 3. 21:07

 

저녁노을/정종배

 

 

가뭄에 골짜기 물 바짝 말라

진흙이 드러나

물고기 지느러미 놀림이 빨라진다

멧돼지 진흙탕 목욕이 산기슭으로 내려온다

저녁 먹고 스틱 하나 물통 둘 베낭에 넣고

숲길을 지나는데 수풀 속에 낙엽 밟는 소리가 드높다

멧돼지 가족들 진흙 목욕 준비 중에

또랑시인 눈치 없는 산책으로 몸을 움직일 수밖에

어 돌멩이로 확인까지

주차장 철망에서 담소를 나누다 헤어져

극락교 해탈문 지나 저녁노을 배어든

소나무 숲 담으려 핸드폰 찾으니

없어서

돌멩이 던진 곳 되돌아 가

주인 잃고 누운 핸드폰을 반갑게 안았다

자연을 거스리면 동티가 난다는 걸

멧돼지 가족에게 고맙다

진관사 경내와 주변 소나무 숲에

멧돼지 유기견 길냥이 한 마리 얼씬 못한다

새 소리도 절 담장 밖 저 먼 곳에 울어대

더 애절하게 들린다

절을 보호한다

호랑이 똥을 매달아 놓은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