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식구

정종배 2019. 8. 25. 11:41

 

식구/정종배

 

 

식구들 밥 먹는 입을 바라보는 일이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은

서서 변기에 오줌 누다

언제부터 기억이 흐릿한

앉아 쏴고 부터인가

어버이 살아계실 때

부엌에 들어가면 불알 떨어진다

어릴적 엄마 말씀 지키다

두 분 다 집에 오실 일 없어서

퇴직 2년 앞둔

작년부터 스스럼없이

저녁이나 주말이면

세제로 거품을 일으켜

식기를 박박 씻고

행주로 식탁을 훔치고

수건으로 손 물기를 제거하고

집사람 내리신 커피를 마시며

베란다 접시꽃을 바라보며

비로소 식구로서 마음을 놓는다

철이 너무 일찍 들지 않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탈이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