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죽산 조봉암

정종배 2019. 10. 29. 07:33

 

죽산 조봉암/정종배

 

총으로 흥한 자 총으로 망하고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하고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하고

붓으로 흥한 자 붓으로 망한다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스무 해를 걷다보니

인물들 면면이 떠오른다

 

어릴적 고향 고샅

절 받은 할아버지 나이이니

또랑시인 꽤 살았지 싶다

 

죽산은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후

 

법이 그런 모양이니 별 수가 있느냐? 길 가던 사람도 차에 치여 죽고 침실에서 자는 듯이 죽는 사람도 있는데 60이 넘은 나를 처형해야만 되겠다니 이제 별 수가 있겠느냐? 판결은 잘 됐다. 무죄가 안 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정치란 다 그런 것이다.

 

여고 교복 입은 채 아버지 목숨 구하려

박마리아 앞에서 눈물로 호소하던

큰따님 조호정 여사도

이제는 거동이 불편하여

매년 7월 31일

사형 집행 시각인

오전 11시에 모시는

추모제 참석이 어렵다

 

죽산 조봉암 유택 백비 앞

단풍철에 핀

제비꽃 한 송이도

눈여겨 사랑할 수밖에 없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