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소나무

정종배 2019. 12. 15. 18:52

 

 

소나무/정종배

 

 

진관사 솔밭의 소나무

서 있거나 눕거나 볼만해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태풍에 넘어진 뒤

시난 고난 말라버려

올 가을 솔 숲을 간벌하며

밑동까지 잘라내 버렸다

겨울날씨 답지 않은

일요일 늦은 오후 산책길에

나이테를 들여다보았다

흙이 좋은 언덕 자생 소나무는

나이테 간격이 일정하나 흐릿하다

은평뉴타운 개발지에서 옮겨심은

바위 곁에 뿌리내린 소나무는

어릴적 뚜렷한 나이테와

그 간격이 제멋대로다

그만큼 야무지게 자란 흔적이다

저 나이테 한 줄 동그랗게 이으려고

사계절 눈보리 비바람 뙤약볕 천둥 번개

별과 달과 해와 산짐승 이슬과 서리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서

새겨넣은 우주만물 한 줄이다

내 삶의 주름도 저와같지 않을까

열 여섯살 고향 떠나

북아현동부터

진관동 지금까지

서른 다섯 번 신고한

주민등본 전출입 주소가 기록됐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