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나이테

정종배 2020. 2. 8. 11:55

 

 

나이테/정종배

 

 

올겨울 눈 다운 눈이 내리지 않았다

대보름 달빛 아래 진관사 호위무사

소나무도 목숨을 다하여

늠름하던 몸통이 몇 토막으로 뒹굴며

굴곡진 세월을 빠트리지 않고

나이테에 낱낱이 아로새겨 놓았다

너는 너를 위해 많이 갖거나

오래 살길 바라지 않았고

금새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슬기로 살았구나

너 같은 나무는 네 앞에 없었고

네 뒤에도 나오지 않는다

너는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