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사색의 길

정종배 2020. 2. 14. 05:44

 

 

 

사색의 길/정종배

 

 

사색의 길은 말보다 들음으로

깊고 오래 걷는다

사랑하면 입은 닫고

두 귀를 열어라

사랑이란 소리가 아니라

침묵 속에 막힌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풀꽃의 향기와 더불어

모든 이를 끌어 안고

그 삶과 사랑과 계절을

만끽하며 깊이 새겨

사색의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