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신록의 그늘 아래

정종배 2020. 5. 14. 15:50

 

 

신록의 그늘 아래/정종배

 

 

꽃들이 원색으로

제 주소를 터트려 봄이 왔다

꽃들이 소리 소문없이

제 집 문패를 떼내

푸른 옷으로 갈아 입어

여름이 왔다

잎을 먹고 자란 애벌레

집을 짓기 위해

한 줄 자일을 메고서

수해 바다 건넌다

뻐꾸기와 까투리 울음 소리가

다투어 숲을 가르고

짱짱한 가을 걷이 준비하는

신록의 그늘 아래 수직으로 오르는

애벌레 한소식을 위하여

가만 멈춰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