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검은등뻐꾸기
정종배
2020. 6. 5. 07:11
낙이망우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
유월 망종 녹음 속에
양심은 버리지 않았는지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속절없이 울어대는 검은등뻐꾸기
남의 둥지 골라서 알을 낳고
부탁 한다 부탁 한다
저도 궁금했는지 울어댄다
탁란
어릴 적 알지 못할 때가 좋았다
살면서 앎이 모두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제 새끼 키우는 둥지가 없어도
듣는 사람 입장 따라 되뇌이는
울음소리 얄밉게도 곱기만......
죄 없는 나무 베어 엮은 책
40년 넘게 모아 이사할 때 골치덩어리
시 한 편 낳지 못하는 서재 겸 창고
반지하 장마철 역류를 걱정하는
나보다 백 배는 낫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