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곤충호텔

정종배 2020. 6. 29. 11:19

곤충호텔/정종배


결혼한지 37년 지겹도록
안팎에서 떨어져 자지않은
찐드기 집사람 떨치고
하룻밤 몸뚱일 맡기고픈
진관동야생동식물보호구역 습지대
한옥마을 당산나무 보호수인
느티나무 그늘 아래
곤충호텔



슬그머니 비가 샌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와
더불침대에서 말똥벌레로 뒹굴며
싹싹하고 쓸쓸하며 쏠쏠하게
개구리 울음소리 드높으면
멧돼지 가족을 불러들이는
영업사원으로 돈을 벌어
오유월 마지막 밤 새고
어정 7월 이른 새벽
빗소리 남겨두고
코로나19 마스크 벗은 채
맛있는 사과를 한입 물고
검은등뻐꾸기로 거듭난
그레고르한테 떠밀려
홀딱 벗고 여행을 떠나는
길손으로 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