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한생

정종배 2020. 7. 8. 09:22


한생/정종배


손과 발을 허공에 내밀어
땅에 발을 딛고 걷고 살다가
울음소리 끊기면 한생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를 날다 가고
나팔꽃은 낮과 밤
백일홍 천리향 만리향
제 이름 앞세워 향기로 떠들지만
화무는 십일홍 권력은 십년이다
민초들은 위안삼아 되뇌인다
나무는 제 자리 서 있다
쓰러져도 쓰임에 따라
의자 장롱 도마 손잡이
원목가구 비싼 이름 붙는다
짐승은 먹이와 사랑 찾아 헤매다
제 주검도 어쩌지 못한다
바위는 한 걸음 내딛지 않아도
우주 만물 생사를 받아들여
속울음 단단히 울어대
골짜기 물소리 청아하고
이명을 잠재우는 백색소음
난바다 수평선을 그으려
낮고 넓은 곳을 향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