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장마

정종배 2020. 7. 22. 20:38








장마/정종배

장마 비가 오는데 길게 온다
끊었다 이었다 비란 비를
거의 다 읽을 수 있어 심심찮다
비 그친 숲에 가면
새 모래밭이 생기고
비가 더 올거라고 개미는
나뭇가지 추돌 충돌 사고 없이 오가며
버섯은 셀 수 없이 이름 불러달라
색색이 우산을 펼친다
거미는 거미줄을 쳐
날것들 날개를 접게하며
웃자란 수풀에 좁아진
오솔길은 물방울에 젖는다
멧돼지는 진흙탕 목욕 못해
잣나무 밑동에 등을 긁어
반질한 줄기 틈에 낀
멧돼지 털이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