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만다라꽃
정종배
2020. 8. 2. 15:16
악마의 나팔꽃 독말꽃을
불가에선 만다라꽃이라 부른다
열개의 톱니 모양 모서리가
같은 곳을 향하지 않는다
이 세상 살아가는 힘을 셀 수 없이 받는다
장맛비와 해거름이 재촉한다
곧 어둠이 몰려온다
꿀은 덜 캔 어린 벌이 날개를 펴 탁발하자
우선 비는 피하고 보자며
흰 꽃잎을 팽팽하게 당겨서
품 안으로 끌어안자
땅벌은 고맙다고
꽃잎을 몇 바퀴나 돌면서
시방세계 꽃가루 깊이를
독하고 경애롭게 털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