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탱자

정종배 2020. 11. 24. 01:05

탱자/정종배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되어 운영하는 중랑구 동부시장 상인역량강화 문화뚜벅이프로그램 마을역사문화 탐방 강사로 함께 하며
봉화산 성덕사 대웅전 뒤에서
서울살이 간만에 탱자를 주웠다
상인회 든든한 배경인
점자 인선 영국 이름의 여사장께
잘 익은 탱자를 선물했다
남은 두 알 주머니 속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굴리는데
아스라한 냄새가 콧등을 스쳐간다
학다리중앙국민학교 탱자나무 울타리 안
관사에 살았던 옥수호 선생님의 딸
영란이와 가을운동회 포크댄스 짝으로
손 잡고 울렁거린 마음을
하교하며 주워담은 탱자 몇 개가
겨울 내내 머리맡에 향기를 품어냈다
못자리 앉힐 때 놉들의 술참에 내놓을
막걸리 돼지고기 준치 두부 시금치 등
함평읍내 매일시장 향교마을 대동주조장
아침 식전 심부름 다녀 와
불알 떨어지게 달박질쳤으나
교실은 1교시 수업 중
두 살 많은 작은 성은
빠구리에 일가를 이룬 뒤라
야 지금 들어가면 담임한테
죽살나게 얻어터진다
큰 동네 진주 정가 선산 묏동에서 땡땡이를......
4학년 성은 코 골며 느긋한 낮잠을
2학년 동생은 뻐꾸기 울음소리
아카시아 향기도 맡지를 못했다
쉬는 시간 종소리 들리면
탱자꽃 핀 울타리 안 학교를 살피다
눈 마주쳐 감짝 놀라 얼른 숨은
영란이가 입 다물어 줘
처음이자 마지막 무단결석 탈없이 넘어갔다
50년 세월을 뛰어넘어
탱자 익은 향기를 다독거려
잊혀진 추억이 살아나 가슴이 따뜻하다
영란아 오랜만에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