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전태일 김용균 ㅡ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

정종배 2020. 11. 24. 01:44


전태일 김용균 ㅡ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
ㅡ종로구청 마로니에공원 제2주기 김용균 추모문화제 시낭송회를 정치적 행사 이유로 불허 소식에


1970년 11월 13일 오후 1시 20분
22살 청년은 3분 동안 산화하며 외쳤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를 혹사하지 마라!

삼동회 회원들은 혈서로 쓴 구호를 외쳤다
우리는 8시간을 요구한다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국립의료원을 거쳐
성모병원에서도
어머니 이소선 여사에게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약속을 지켜달라고
몇 번이나 대답해 주세요
알았다 꼭 약속을 지킨다는 대답에
크게,더!
1970년 11월 13일 밤 10시 30분 고개를 떨어뜨렸다
미미하게 남아 있던 맥박이 멈춰
사망선고는 14일 새벽 1시 30분이었다

반 세기 뒤 노동현장에서
하루에 3명씩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가
코로나19 펜데믹 Kㅡ방역
세계 10권 경제대국
대한민국 하늘에 흩날린다

전관예우 밥그릇과 생사여탈권
물고 놓지 않으려는
검찰과 법원개혁
그리고 언론과 재벌개혁
자기 정화가 먼저인 국회는
모든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전태일 노동3법 중
되돌아간 독소조항 바로잡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서훈받는
더 이상 전태일 열사가 아니라
가족과 일상을 보내는
노동자 웃음소리 듣고 싶다

2020.11.13.
윤중목 시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