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적게 먹자

정종배 2020. 12. 14. 11:02

적게 먹자/정종배

그래 뭐라 했느나 이제는 적게 먹자
아버지 살아 생전
적게 먹고 가는 똥 싸라는 당부가
황금을 돌같이 여기라는
최영 장군 아버지 말씀보다
똥구멍에 깊숙이 박히네
무지하게 작은 입에 아귀처럼 미어지게
주는대로 아니 손닿지 않는 곳은
막대기로 끌어내 퍼먹은 날이면
학문전문의가 다른 이보다 엄청 작아
변기에 핏방울이 방울진다 처방한다
몸으로 들어오는 것보다는
몸에서 나가는 것이
이 세상 더럽게 싸고 쌓는다
정년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옳거니 보이는 것마다 입으로 가저와 먹어댄다
세상을 입으로 읽고 뱉는 세살배기 퇴행이다
퇴행성 관절염 무릎만이 아니다
먹고 난 뒤 설거지 하면서
목 허리 발목 어깨 연결하는 길목마다
빨간불 신호대기 멈췄다
거품 앞에 힘을 낸다
직장에만 매달리게 그 동안 베풀어준
팥쥐엄마 애쓴 사랑 눈물이 스친다
사람은 뒷모습이 깔끔해야
큰 공부라 접시 하나 젓가락 하나
인사계 점호보다 야무져서
무섭도록 아름다운 마눌님
좋아하는 술 한 잔 짠하며
적게 먹고 가는 똥 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