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봄눈
정종배
2021. 2. 16. 11:15
작년에도 내렸던
눈이 온다
봄눈이 내린다
싸락눈이 내려 쌓인다
76년 전 피식민지 한 청년의 죽음을
추모하는 봄눈이 내리네
생체실험 대상으로 갔다오면
두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마음은 북간도 명동촌 고향의 눈길을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어릴적 선바위 높이를 재고 싶어
여름 한 철 싸리나무 꽃피는
신작로 따라 걷던
동주와 몽규의 뒤를 좇아
남과 북 통일의 길을 열고
백두산 천지와 간도 땅을
다시 찾을 민족의 슬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롭고
부끄러워 순수한 삶을 살다
짧지만 올곧은 지식인의 실천을
겨울산 메마른 숲길을 적시고
삼각산 바위에 내려쌓인 눈발을
오늘 하루 좇아야
오는 봄을
온전히 맞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