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몸 이력서
정종배
2021. 3. 24. 04:06
몸 이력서/정종배
퇴직 후 내 몸을 들여다 볼 시간이 많아졌다
퇴행성으로 당연하다지만 낙제다
산보길 아파트 단지 안
어깨돌리기 옆으로 서 돌린다
처음엔 앞 뒤로 5번
한 달 지나 30번 합하여 60번
두 손이니 120번까지 늘었다
자신감과 위로가 겹친다
어제 오후 테슬라 전기차를 긁고난 뒤
위로주로 캔맥주를 오른손은 클릭을 많이해 아파서 왼손으로 마시며 내 몸의 이력서를 써 본다
진주 정가 집성촌 함평군 학교면 마산리 표산 마을의 건실한 1927년생 위로 네 형들을 잃어버려
아명 사자 방자 연자 식자 할아버지가
아명을 용자 팔자 지어주고
1951년 국민방위군사건
군대 가지 않으려 5살 올려
1922년생으로 바꾸며
초자 기자로 개명한 아버지와
무안 박씨 집성촌 무안군 무안읍 매곡리 도산 마을의 서울에서 살아야할만큼 경우 있고 아담한
1931년생 둘째 딸이라 이자 임자 어머니 사이에
1957년 음 5월 16일 셋째 아들
속이 훤히 비치는 빙어로 태어나
때 마침 아시아독감 유행 200만명 사망자
같은 닭띠 육촌 누이 이종사촌 누이는
애기무덤 주인이 되었다
이제 다 죽었다 웃목에 눕혔는데
발 동동 구른 병든 엄마가 들처업고
목포 성골론반병원 뛰어들어 나았다
폐가 약해 고등학교까지
도라지 인삼 한약 등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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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무좀으로 남아서 두 세 번 잡고자 약을 먹다 간 부담에 포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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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여름방학 장티푸스 염병에 걸려 한속과 열이 오르내린 뒤 기억력이 몰라보게 없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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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 차례 오르내렸다 겁도 없이 학생들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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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발목을 다친 뒤
몸이 무너지기 시작 해
국민학교 5,6학년 담임 선생님 2006년 정년퇴임식 송공시 낭독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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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붓잡은 등 근육 뭉쳐 있길 독뎅이와
이석증 무지왜반증 무릎 허리
말하지 않은 성격이라 그렇지
지아비 성격이면 진작 누워버렸지 싶다
그나저나 봄 꽃은 어김없이 피는데
몸이력서 밤을 지새 쓰고 있으니
만화방창 향기는 바라지 않으니
늙은 가지에 피는 꽃 한송이로
때와 철을 잊지 않고 찾아먹길 바란다
사람들과 관계는 손익을 따지지 않는
꽃 한 송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