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봄앓이
정종배
2021. 3. 27. 12:10
이 골 저 골 꽃이 핀다
제 자리에 때를 맞춰 피고 지며
피지 않거나 피다 만 꽃은 없다
군 이동 보건소 집단으로 검진받은
노인들만 살아가는 동네마다
노인정 마당에 보행기가
봄볕 아래 나란히 서 있다
봄맞이 쏘다닐 때는 몰랐다
몸이 늙어 꽃이 피는 소리 대신
이명과 이석이 구르고
갈수록 심해지는 봄앓이
나물 캐는 할머니들 사라져
묵밭에 머위잎 쇠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