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돋보기
정종배
2021. 5. 23. 10:12
청량산 육육봉 한바퀴 돌고나와
당신의 비보를 접한지 열두번째 봄입니다
당신은 돋보기였습니다
어젯밤 몇 잔 술에
당신을 잃어버렸습니다
당신을 찾기 위해
두 손을 더듬을 때부터
세상이 보이긴 보이는데 맑지가 않습니다
시간은 어김 없이
열두번 봄이 눈물에 젖고젖어
아무렇지 않게 축제가 열리고
무덤 곁에 장끼가 울어대
제비붓꽃 해당화 찔레꽃
철망에 장미꽃도 피고 집니다
돋보기 찾으러 가는 길
당신의 바보짓을 따릅니다
점심 한 끼 굶고
길섶의 의자에 앉았다
지팡이 집고 오는 이에게 양보하고
낙이망우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