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멋돼지와 아침 산보

정종배 2021. 7. 13. 07:09



















멋돼지와 아침산보


퇴직 후 처음으로 새벽 산보 마실길을 나섰다
산성정계 웅덩이 원앙새 보기 위해
지름길인 연서로 인도를 속보로
원앙인 이미 떠나 피래미가 노을을
동그라미 그리며 맞이하고
원효조경 발발이가 돼지집 입구까지
쫓아오며 삼천리골 아침을 짖는다
하동 천승세 선생한테 걸렸으면
기어이 된장을 발랐을 것인데
삼천리골 음식점 간판을 새로 세워
코로나19 불황을 이겨내려 힘쓴다
진미집 지나며 동기모임 추억 꺼내
먼저 세상 등진 동기 홍시 노래소리
귓전에 구성지게 맴돈다
선풍기는 밤을 새
열대야와 산안개와 물소리를
목을 돌려 식히고 몰아 낸다
사방공사 댐으로 물이 불면
건너지 못하는
신혈사에서 수륙사 가는 옛길
김신조 무장공비 청와대 습격간 길
수경사 전투수영장 봇둑
삼천사 진관사 오가는 지름길
이미 폐길로 접어들어
헤쳐가기 쉽지가 않지만
멧돼지들 사랑의 징표 소나무 밑동에
멧돼지 털은 뻣뻣 그대로다
멧돼지 가족들 도토리 먹이 찾아
주둥이로 낙엽을 파헤쳤다
진관사 경계 줄에 걸어둔
멧돼지 퇴치제도 임기가 끝난 지 오래다
소나무 숲에 앉아 메모 중에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뒤에
귀여운 멋돼지가 날 향해 돌진한다
발을 들어 뒤로 누워 피했다
어젯밤 길냥이 밧그릇 뒤엎은
가족 잃고 헤매는 멋돼지 중 한 마리
사진 찍으려다 실패하고
메모 날려 두 번째 메모한다
아침 산보 길을 내준
묻사리 달개비 금계국 접시꽃
옮사리 원앙 발발이 피래미 멋돼지 온갖 새와 물것들
오늘 더위 무사하길 합장한다
진관사 경내에 모기 퇴치 에어로졸 뿌리대고
멋돼지 방황하는 길찾기 소리를
뻐꾸기 울음과 듣고 있다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가 주변을 맴돈다
멋돼지 공격에 쓰러져 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