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숲길
정종배
2021. 9. 16. 16:27
참나무
참나무 거침없이 솟은 숲길
굽은 허리를 곧게 펴고 걷는다
남향받이 밑동에만 상처가 나있다
이른봄 날씨가 풀렸다고 여기고
물관을 열고서 봄물을 빨아올렸다
꽃샘추위 손쓸 새도 없이 들이닥쳐
터져버린 물관이 혹으로 변했다
내 걸어온 지난 시간
끝까지 기다려 주지 않고
성급하게 말을 하고 손을 놓아
남의 귀한 자식들 길을 망친 잘못을
어디서 무엇으로 갚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