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산보길 고마운 것들

정종배 2021. 9. 20. 10:37






산보길 고마운 것들

산보길 살아오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은
한 자의 낱말로 되어 있다
고마운 것들을 되내이며 합장한다

잘 먹고 입 잘 자고 잠 잘 싸고 똥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귀 보배로운 눈
세 치 길이로 사람을 죽이지 말고 자주 놀려 치매 예방한다는 혀 오복 중에 하나 이
머리와 몸을 잇는 목
7할 채우면 좋아하는 위
밸도 없이 꼬이면 환장하는 장
가장 늦게 발병을 느끼는 간
병 걸리면 예후가 좋지 않는 폐
떡이 되면 안되는 피
잘 돌려야 뇌 제2의 뇌 손 늘어뜨린 팔
제2의 심장 발 숨은 은인 털 독을 녹이는 침
일하면 흘리는 땀 뱃가죽이 두꺼워야 배
매일 끼는 고마운 떼 점순이 사랑 점
재수없는 옴 밤에 타는 살과 뼈
남자의 그것 ¡ 남자와 여자의 @
소통의 말 먹는 밥 마시는 국
몸의 7할 물 날개인 옷
발을 보호하는 신

드나드는 문 걷고 뛰고 딛는 땅
치열하여 모든 게 편안한 숲
눈이 편한 풀 아름다운 꽃
나무와 사람을 살리는 잎
걸으면 사는 길 발밑을 조심하라 돌
넘어야 맛 담 부딪치면 울리는 쇠
진관사 동정각 종 진관사 호위무사 솔
태워 문명을 뒤집어 병을 일으키는 불
없으면 죽는 해 어머니의 달
죽으면 새로 뜨는 별 눈이 부신 빛
비구름이 낳는 비 눈구름이 휘날리는 눈
낮과 밤 고와 저 겉과 속
카드에 밀려 쓸데 없는 돈
생태다리 코스모스 비둘기 굴
춘하추동 상하좌우 동서남북 천지현황
제사 차례 고수레 조 율 이 시 탕 떡
산보길 2시간 골목길 돌고돌며 겁없이 금을 넘고 사람과 차가 무섭지 않아
타향살이 50년만에 가장 살기 좋은 곳 산보길 고맙다고
하나하나 더듬더듬 외우며 기도하는
너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