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현관 화분
정종배
2021. 10. 12. 15:21
현관 화분
아파트 동대표 맨드라미꽃 세 포기
화분을 현관 앞에 내놓아
드나드는 주민들 마스크 쓴
얼굴빛이 나아지고 눈빛이 따뜻하다
맨드라미 꽃 늙은 닭 벼슬로 처지는데
현관은 여전하고 가을하늘 높푸르다
맨드라미 꽃그늘 아래에서
쇠별꽃 괭이밥꽃 꽃을 피워
가을을 즐기는 노래소리
화분이 넘쳐나 계단으로
앙증맞게 구르기에 살만하고
세상은 눈에 띄지 않아도
제 자리에서 피고지는 꽃들로 아름답다
경비원 설씨가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
정리를 끝내고
늘 말없이 입을 벌려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받아먹고
자동으로 빨아들여 처리장으로 보내는
시설물을 쓸고 닦고 센서를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