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대설과 홍어 애국
정종배
2021. 12. 7. 20:59
대설과 홍어 애국
큰눈이 내린다는 대설
눈이 오지 않았다
은평둘레길을 걸었다
봄날같아 땀이 나 천천히 걸었다
서오릉 울타리 안으로 걸었다
낙엽 쌓인 오솔길 호젓하여
멧돼지 마주칠까 겁이나
핸드폰 벨소리 묵음에서
음량 최대 울림으로 전환했다
인디언 기우제 지내듯
개구멍 나올 때까지 걸었다
개구멍은 숨어 있고
몸 하나 겨우 빠져
간신히 기어나와야 맛이다
몇 번을 울타리 타고 올라
바캍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포기하고 걷다가 갈림길에 결정을 내려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