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고향냄새

정종배 2019. 6. 17. 16:49

 

 

고향냄새/정종배

 

 

서동탄행 제기동역

내리는 손님 없고

타는 손님 노인들뿐

오늘도 할머니 두 분 할아버지 한 분

들어서자 냄새가 범람한다

할아버지는 물주인지 허허 웃기만

목소리 큰 할머니 건너편에 자리잡고

입을 꼭 다문 짝궁에게

내일은 홍어 애탕으로 한 잔 하자

잘 가라 내일 또 보자

우리 인생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렇게 한 잔 하며 보내는게 제일이지

앉은 자리 일어나

짝궁 앞에 서서 되새긴다

응응 입 다물고 대답하지만

이미 고향 냄새는

내 심장을 뜨겁게 삭히여

열차는 쉼없이 내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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