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가을이다

정종배 2019. 9. 23. 21:11

 

가을이다/정종배

 

 

한가위 보름달을 맞으려

감기걸린 몸뚱일 일으켜

북한산 내시묘역길을 걷는다

바람 한 점 없어도

알밤이 출가하며 반긴다

가난과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

사랑하면 얼굴이 빛난다

빛이 나는 사람을

사람들은 사랑할 수밖에 없다

숨겨진 꽃향기는 드러나고

감춰진 꽃은 알려지며

벌 나비 찾아들어

사랑의 꽃길이 열린다

사랑하면

사람을 사랑하면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가을이다

아프지 말고

촛불을 켜자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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