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정종배
한가위 보름달을 맞으려
감기걸린 몸뚱일 일으켜
북한산 내시묘역길을 걷는다
바람 한 점 없어도
알밤이 출가하며 반긴다
가난과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
사랑하면 얼굴이 빛난다
빛이 나는 사람을
사람들은 사랑할 수밖에 없다
숨겨진 꽃향기는 드러나고
감춰진 꽃은 알려지며
벌 나비 찾아들어
사랑의 꽃길이 열린다
사랑하면
사람을 사랑하면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가을이다
아프지 말고
촛불을 켜자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