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가래열매

정종배 2019. 10. 25. 08:11

 

가래열매/정종배

 

 

몸에 오래 지니거나

손에 쥐고 돌려 인이 박히면

귀한 줄 모른다

진관사 계곡 건너 모셔온 가래열매

출퇴근길 벗이 된지 일년이지만

묵은 김치 맛이다

손 안에 돌리면 사각거리는 소리가

어머니가 잘 담그던

섞박지 무 베어먹는 향이다

오늘 아침 한참 찾은

가래열매 손에 쥐지 못하고

현관문을 나서며 불안했다

버스와 전동차에 앉아

아침 인사 카톡을 보내면서도

마음 한 켠 허기졌다

종로3가역 환승하며

두 눈이 흐릿해 손수건을 꺼내는데

뒷주머니에 가래열매 손에 잡혀

마음이 따뜻하고 반가웠다

카톡을 보내며 기도드린 분들의 응원이 아닌지

앉아도 불편하지 않은 벗인 가래열매

손에 쥐고 돌리며

아침기도 드리며 지향하는

모든 이의 행복을 빌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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