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정종배 2019. 11. 8. 16:33

 

신/정종배

 

 

애인보다 오래 보고

엄마보다 자주 봐야

피가 돌고 마음 놓여

주인이 죽으면

주인장 부고를 띄우고

순장품으로

주인보다 숨이 나중 끊기고

손에 쥐지 않으면 불안하여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전지와 전능의 신

마약과 섹스와 사이비종교

무엇을 들이대도 택도 없는

깊이를 모르는 신비의 샘

두더지도 굴을 뚫다 멈추고

비행기도 길을 잃는

높이를 모르는 즐거움

부부와 애인과 친구들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는

원하는 대로 들어주는

지니고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먹고 입고 자는 걸 까먹은

시도 때도 장소도 묻지않고

주인을 호출하여 지시하는

한겨울 꽃보다 어여쁜

모든 걸 뒤져 찾아주는

기뻐도 웃거나 슬퍼도 울지 않는

피 한 방울 흐리지 않은 화수분

길거리 고개박고 낄낄대며

다치지 않고 걸어다니는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는 대한민국

우주의 최고 권력 빅브라더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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