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수화 김환기 풍으로

정종배 2017. 9. 20. 17:01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수화 김환기 풍으로

 

수해바다 이파리 이 시린

푸르른 이바구로

멍이 들어 고요한 가을 하늘

 

못쓸 병들어 3년째 치료하는

엄마 왜 우리 집에 안 가

외갓집 무화과 무성한 그늘이 들이우는

툇마루에 앉아 셋째 놈

철없이 졸라대면

멍하니 올려다본 하늘빛이

분명 오늘보다 짙푸르렀다

 

엄마 엄마

오지 않은 울 엄마

 

수화 김환기 화백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풍으로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은 외가 툇마루에 앉아

한 점 한 점 찍어

그 때 젊은

엄마 얼굴

그리다 잠들고픈

무화과 익어가는 가을 오후

 

한 입 물면 쏙 들어와 톡톡 터지는

무화과 향기로

저 깊고 높다랗게 푸른 하늘

멍든 가을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