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地圖/윤동주
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窓밖에 아득히 깔린 地圖위에 덮인다.
房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것도 없다. 壁과 天井이 하얗다.
房안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歷史처럼
홀홀히 가는 것이냐, 떠나기 前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조그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내려 덮혀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1年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1941년3월13일 作>
윤동주는 1917년12월30일 만주 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1945년 2월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눈을 감았다.
눈밭에 동주를 쓰면서/정종배
동주가 눈을 감은 75주기
2020. 2. 16 새벽까지
겨울비가 내리더니 드디어
아침과 더불어 눈으로 환승한다
눈발은 부끄러운듯 바람에 휘날려
순수한 양심이 쏟아져 쌓인다
엄마 아빠 손을 놓고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고
기꺼이 눈사람이 태어나
눈오는 지도를 그리며
이곳저곳 사람을 기른다
함박눈은 사랑을 내리닫고
즐거운 시간은 키가 펑펑 자란다
그나저나 한옥마을 야생동식물
보호구역 습지의 북방산개구리는
엊그제 이른 봄 날씨에
겨울잠 깨어나 목청을 트였는데
꽃샘추위 얼음 속에 꽁꽁 얼어
오는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