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풋고추

정종배 2020. 10. 10. 17:38

풋고추/정종배

구파발 출발 오금행 전동차가 들어왔다
좌석에 풋고추 하나가
부끄럽다 눈을 준다
숨겨준다 가만 밀쳐 앉는다
풋고추 녀석이 심심하다
등 뒤에서 말을 걸어

30여년 전 손주 태어나
산후조리 올라오신 어머니와
영등포역 계단에서 보퉁이 풀려 쏟아 지는 풋고추를
모자가 사람들 발길 사이 주우며
마주 보며 웃던 웃음 꺼내줬다

옥수역 용문행 환승하려 일어서다
풋고추를 에코백에 담으며 손으로 가만히 쥐어본다

그나저나 아들놈과 목욕탕 함께 가
서로 등을 민지가.....
코로나19 역병아 꽁무니 언제 보여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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