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저녁눈

정종배 2021. 1. 7. 01:06


저녁눈/정종배

또랑시인 저녁 먹고 자는 사이 눈이 내렸다

홍성의 노동문학관 정세훈 시인은 염화칼슘을 뿌렸다
부천의 일간 박일환 시인은 청와대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 내리는 눈을 공평하고 지랄맞은 눈이라고 가슴을 쳤다
망우본동 박영윤 여장부는 고향 부산을 향해 걷기를 엿세째 아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눈길을 걷고 있다
합정동 전상삼 시인은 자고 일어나 새우에 빨간딱지 한 병을 비우고 이게 무슨 짓인지 배를 두드린다
안영정 시인은 눈이 무자게 내린다고 밤 10시에 토끼몰이 생각하며 산에 올라 없는 애인 생각하다 내일 지각하겠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
일산의 임우기 슨상님 그것을 본 뒤 야간 산행 끝내려다 되짚어 다시 산에 오른다
빛고을 해남산 김준태 시인은 광주천 한복에 자징개 타고 내려 시를 쓰고 그리고 부지런히 모범을 보이시다 집에 들어가시어 쌍둥이 손자 업고 세계를 휘도신다
우이동 임보 시인은 시 삼미를 인수봉 바위빛에 갈고닦으신다
도봉산 아래 이혜경 동기는 권력 바로 잡기에 열렬하고 빡세게 가열차게 쓰고 있다
평택의 백승종 교수는 동서양 넘나들며 역사를 쉽고 깊게 펼친다
아라비아 반도 사막의 전형재 건축가는 서예로 모래바람을 잠재운다
부산의 이광수 교주님은 나홀로 명쾌한 설을 풀어 꼼짝 못하게 붙들어 놓는다
인천의 최명철 효자는 어머니 간호하다 병원 입원한 틈에 눈길을 나서며 라면 냄새에 취하여 휘청인다
학다리 이승철 불광천 김이하 김상천 평론가와 망원동 홍대 앞 낮술을 캐고 온 구산동 장우원 시인은 사모님 퇴근길 넘어질까 집 앞은 물론 남의 집 앞 눈까지 치운다
진안의 정시인은 생굴에 소주 한 잔 하며 내일 전주 출근길을 걱정한다
울음산 김홍성 시인은 옛 일을 히말라야 설산 높이와 깊이를 엄숙하게 노래한다
문학TV 최희영 기자는 카메라를 돌리고 류근 시인은 어디서 술잔을 부딪치며 이승하 교수는 책을 읽고 쓰고 저장하여 아플 새가 없다
인왕산 최원일 서촌 거사는 흰머리 휘날리며 사람을 만나며
수색 상암 일산의 칡소 도진호 지노출판 사장은 렌즈로 일상의 빛을 담는다

모두 정말 고마운 분들로 하루가 어떻게 넘어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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