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정종배
퇴근길 지하철 연착 방송 목소리가 성마르다
휠체어 장애인들이 생존권 문제로 승하차 데모하여
정시보다 20여분 늦게 온 전동차 안에 들어가니
아수라장이다
노인분들이 휠체어 탄 장애인을 에워싸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인격 침해를 퍼부으며
드잡이로
너희들만 권리를 주장하냐
우리 세금으로 편하게 살지 않느냐
촛불혁명 뒤로는 잠잠하던
노인들의 막말을
얼굴만 찡그리고
어느 누구 하나 막아서지 못했다
저녁밥 먹고 산책길
진관사 입구 주말만 이용하는
임시 주차장에
유기견 삼총사가
장마가 주춤 하여
햇살에 따뜻한 자갈 위에
배를 깔고 길게 누워
노을을 즐기고 있었다
몸 성한 두 마리가
다리가 불편한 친구 앞에 번갈아 고개 들어
경계근무 중이었다
내가 주차장 개구멍을 통과하자
송곳니를 내보이고 꼬리를 바짝 세워
야성을 드러내며 컹컹 짖어 물러서지 않았다
전동차 휠체어 장애인들의 수모가 생각나
저 집 없이 떠돌지만
몸이 커져 점점 더 불편한 친구를 보호하는 견공만도
못한 인간들의 만행에
말 한 마디 거들지 못하고
외면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
주차장을 얼른 빠져 나오며
유기견 삼총사 해바라기와 몸 말리기
시간을 빼앗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염치없이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