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이/정종배
삼천사에서 부암동암문 등산로
석공의 정 맛을 본
직사각형 돌덩이 하나가
길바닥에 반듯하게 누워있다
북한산성 쌓을 때 떨어져
사연을 담고 있지 않을까
여기소에 사랑을 빠트린 기생이
기다리다 마지막 꾀를 내
님을 보려 남장하고
돌을 지고 오르다
발각이 된 사랑의 돌일까
농번기 때 뽑혀온 어린 장정
몸이 아파 쉬던 힘든 돌일까
아랫마을 나뭇꾼 집 툇마루
신발정리 댓돌로 쓰기위해
나뭇짐에 숨겨오다
아 이건 아니구나
깨달아 슬그머니 내버린 돌일까
노을 보고 어둠 깔린 저녁 산길
잘 다듬은 돌덩이 길 안내로
위안 삼아 안전하게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