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봄은 봄인갑다

정종배 2019. 4. 10. 20:21

 

봄은 봄인갑다/정종배

ㅡ사순 제5주일

 

 

봄비는 계곡이 제 길이라

물소리로 떵떵대며 흐르다

절벽을 거침없이 내리뛴다

몇 개의 작은 소를 휘돌며

흐르는 순서가 뒤섞인다

사람도 밑바닥에 떨어져야

아차 눈을 뜨고

순서를 되짚어 일어서듯

풀꽃은 물소리에 깨어나

봄바람 꽁무니 붙잡고

능선을 거슬러 오르며

꽃봉오리 틔우는 소리에

짐승들이 짝짓기 노래하면

바람은 소리없이 흔들리고

꽃잎은 향기로 말을 걸고

바위가 가만히 눈을 감는

봄은 봄인갑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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