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앵두나무

정종배 2019. 4. 11. 08:21

 

앵두나무/정종배

ㅡ성주간

 

 

세월호가 손쓸 새도 없이

봄볕을 머금은 바닷물에 잠길 때

거짓말처럼

교무실 앞 화단에

꽃들을 가득 실은 한 그루

앵두나무 통째로 넘어졌다

전원 구조 소식에

거뜬하게 일으켜 세워

방범창 쇠창살에 묶어놓다

피눈물 쏟아지는 화면 속에

기적과 희망은 절망으로

뒤집어져 차갑게 잠수했다

국가는 갈지자 걸음으로

우롱과 비웃음과 무능으로

엉뚱한 곳으로 굴렀다

세계적인 압축성장 등뒤에

돈에 눈이 먼 어른들

오롯이 탐욕으로 자라나

사랑해요 엄마 아빠 되내며

앵두같은 입술을 바닷물에 묻고묻은

어린 꽃들 손가락 문들어지게

눈 번히 뜬 죽음이

바닷속 해조류 물결치듯

민족의 가슴에 노란리본 매달았다

교무실 앞 앵두나무 꽃잎은

벌나비 날아들지 않아도

열매를 맺으려 흩날렸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하여

화단 조경 작업을 끝냈다

앵두나무 흔적없이 사라졌다

앵두나무 꽃그늘 자리에

수선화 꽃대가 올해도

봄볕을 붙들어 꽃이 핀다

2014년 4월 16일

교무실 앞 미어지던

앵두나무 꽃향기 아른댄다

가는 세월 무섭다

잊지말자 하루 하루

더불어 잊혀지지 않을

살아있는 꽃그늘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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